• HOME
  • >
  • 회원서재별관리

시인 박경열


 

박경열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에세이)

페이지 정보

작성자 Qwer 댓글 1건 조회 1,104회 작성일 20-11-18 17:53

본문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에세이)

      水岩/박경열

바스락바스락 낙엽이 연주한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한구석으로 몰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마당 한쪽의 낙엽을 어느 날 치운다고 부산을 떤다
몇 년째 쌓였던지 낙엽이 썩고 썩어
부엽토가 흙으로 변하였다
마른 낙엽을 걷어 내고 갈고리로 긁어내니
지렁이가 꿈틀댄다
에이씨  자는데 왜 난리야!
지렁이 말고도 하얀 굼벵이가
꼼지락댄다
돈벌레도 여러 발로 기어 숨기 바쁘다
돈벌레는 모기 유충과 바퀴벌레, 파리 등을
잡아먹고 사는데 바퀴벌레와 동침이라니,
간 큰 녀석 바퀴벌레도 도망치기 바쁘다
삼태기에 담으려다 말고 하려던 일을 멈춘다
말도 안 돼
왜 내 집을 건드리는 거야
짖어댄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하네"
한마디 퉁명스럽게 뱉어 줬지만
진짜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다
천상의 보금자리를 들썩였으니
욕 얻어먹는 게 당연하지
"말도 안 돼"
바퀴벌레도 한마디하고 숨는다
나는 마음에도 없는 소릴 또 지껄인다
또 한 번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하네"
말은 그리해도 이미 낙엽은 처음 그대로
감쪽같이 원래대로 되었다

우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할 때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한다고 한다
볍씨를 귀신이 까먹을 리는 없지요
쓸모없는 낙엽처럼 보이지만 쌓이면
굼벵이의 집이 됩니다
봄에 멋진 딱정벌레로 태어나겠지요
살면서 가끔 잊고 사는 게 있네요
쓸모없이 보이는 것들도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곤충들이 꿈꾸는 집이자 바스락바스락 하는 건 곤충을 위한 위대한 연주였답니다
가을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입니다
바스락바스락 밟아 주세요
시몬의 낙엽 밟는 소리를 떠올리면
숨 쉬는 자연이 아름답다는 느낌입니다

댓글목록

이성구님의 댓글

이성구 작성일

전국이 흐리고 곳곳에서 비가 내립니다
비는 내일 오전에 대부분 그치겠고
겨울비 치고는 다소 많이 내립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관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존경하는 박경열 선생님 안녕하세요
곱게 올려주신 글 배독하고 갑니다